태국, 지역 공동체 참여 강화를 통한 무형유산 보호

카렌 윤작법, 사멍, 치앙마이 ©UNESCO/태국 문화홍보부/우라팟 파카웡시

“인간은 지식을 구현하고 소유하는 존재이다.”

태국 탁신대학교 지역지식대(College of Local Wisdom)의 벤자완 부아콴이 한 이 말은 무형유산의 중요한 측면을 나타내는 한편 태국에서 무형유산 보호에 대한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형유산은 문화적 중요성을 부여받은 물리적 건축물이나 상징적 유적지와는 달리 불분명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국가, 공동체, 심지어 한 개인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무형유산이다. 공연예술, 자연예술, 사회 및 종교전통 등 여러 세대를 거쳐 전승된 전통과 살아있는 표현물은 선조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습도 정의한다. 점점 거세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영구적인 문화 및 정체성의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무형유산을 찾고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태국은 2016년 6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이하 2003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무형유산의 가치와 보호의 시급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2003 협약은 유네스코 제32차 총회(파리)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문화다양성의 원천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의 확고한 토대로서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조약 가입 자체도 큰 의미가 있지만 관련 교육/훈련 및 권익신장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태국 문화진흥부와 유네스코방콕사무소는 최근 두 번의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국가 및 커뮤니티 차원의 이해관계자들의 무형유산 보호 노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2019년까지 진행될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담당관, 학자 및 NGO 관계자들과 지역 공동체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발표, 그룹토론 및 현장조사를 결합하여 참가자들에게 2003 협약의 원칙 및 접근법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협약이 태국의 국가 정책 및 방법론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보여준다.

두 번의 워크숍은 유네스코 퍼실리테이터인 파리타 찰렘포우 코아난타쿨 박사와 알렉산드라 드니스 박사가 차비반 프라추압모 박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제2차 워크숍은 유네스코아태국제훈련센터(CRIHAP)의 재정적 지원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한 것은 해당 사업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여섯 곳의 현장에서 공동체들과 함께하였는데, 프로그램은 지역 공동체와 이전과는 다른 보다 협력적인 관계를 보여주었다. 벤자완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획득한 지식과 경험이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 “일반적으로 연구자 및 문화담당관이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무형유산 종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공동체를 방문하면 공동체 구성원들을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보 분석 및 관리는 이후 연구자들이 담당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방법론을 재고하고 있다. 벤자완은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정보를 관리했다”며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정보를 해석, 분석, 소통 및 사용했다. 대학 및 정부기관은 공동체의 여러 무형유산 종목 간 상호연결성에 대한 논의를 지원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체 참여에 중점을 두는 것은 유산보존 분야의 장기적 추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지역 지식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연구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프가켄요지속가능발전협회(Pgakenyaw Associ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송폴삭 라타나윌라이는 태국 북부의 소수민족인 카렌족과의 교류를 통해 이러한 예를 보여주었다. 송폴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 관계자 및 연구자들에게 올바른 용어를 찾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많은 태국인들이 카렌족의 윤작법(rotational farming)에 대해 삼림을 파괴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통해 수세기 동안 자연과 공존할 수 있었다. 윤작법을 통해 토지 훼손을 제한하고 동식물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한편 야생동물 새끼들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충분한 먹거리와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무형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무형유산의 보호, 생태학적 가치 및 공동체적 가치는 상호의존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목표를 추구해야만 지속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무형유산의 보호 및 생태계 보존 목표는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참여가 있어야만 지속 달성할 수 있다.

흐멍 바틱 그림 ©UNESCO/태국 문화홍보과/논타야 풍감

문화홍보과의 파티타 헴타논트는 “현장 훈련은 연수생뿐만 아니라 이들이 방문했던 공동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지역민, 특히 소수민족에게는 외부인과 국가 및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전통지식 및 관습의 의미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밝혔다. 헴타논트는 도이 푸(Doi Phu) 흐멍족의 전통바틱 수공예품의 무형유산 목록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또한 “공동체가 무형유산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이익을 생산할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무형유산의 진흥 및 전승을 건설적으로 장려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2003 협약의 핵심 목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협약 관련 훈련 및 이행에 있어 국제적 기준을 특정 국가 및 공동체에 적용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쉽지 않다. 특정 공동체에 어떤 관행을 적용할 수 있는지 또는 없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본질적으로 기원한 공동체에 고유한 성격을 갖지만, 유산 보호의 모범적 관행은 공유할 수 있다. 공동체 기반 무형유산 목록화에 관한 2차 훈련 세션에서는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및 베트남의 네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자국의 협약 이행 및 무형유산 목록화 관련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 접근법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밝히고, 참가자 간 서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였다.

무형유산은 특정 공동체에 속하지만 이를 공유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송폴삭은 카렌족의 무형유산을 목록화하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이해의 장을 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 그룹은 부족민과 같은 생활방식에 따라 그들의 음식을 먹고 벼를 심고 윤작 중인 삼림을 둘러보았다. 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문화적 의식 및 활동의 이유를 배울 수 있었다”며 “이와 같은 공동체 기반의 프로세스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형유산의 목록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유산종목 보호를 강화하고 발전 계획 및 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각 현장별 정보 공유체계 설계, 맥락에 따른 질문 구상, 지역 공동체와의 인터뷰 및 참여활동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공동체의 완전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형유산 목록화 및 보호 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참여밖에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