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여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 공공누리 제1유형 , 출처: 문화재정보

전통사회에서 제주는 한반도와 남해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화산섬이라는 자연적인 특징을 토대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매년 음력 2월, 제주 전역에서는 바다의 평온과 풍작,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한국의 세시풍속 중 하나인 ‘굿’을 지낸다. 해녀들과 선주들은 신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무당들은 신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바람의 여신(영등신), 용왕, 산신 등 자연의 신령에게 제사를 지낸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바다가 옛 섬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담아내는 제주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이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마을의 여러 수호신과 바다의 용왕, 선조와 더불어 바람의 여신, 영등신(영등할망)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영등신은 제주에서 신화로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외방신으로 음력 2월 초하룻날에 돌아와 제주에 머무는 동안 날씨를 관장하고, 떠날 때에는 땅에는 다음 해에 수확할 곡식의 씨를, 바다에는 해초와 해산물의 씨를 뿌린다고 전해진다. 영등신은 바다를 휘저어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바닷물을 순환시켜 해조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풍요의 신이기도 하다. 이 신화는 삶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공간이기도 한 바다에 대한 섬 주민들의 인식을 잘 반영한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에 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동국세시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등굿이 오랫동안 전승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들이 유산의 진정한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삶의 일부인 바다에서 얻은 해양 자원으로 제사에 쓰일 음식을 마련하며 해녀들과 선주들은 굿을 이끄는 무당과 함께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을 주관하는 하나의 주체로 전통을 계승하였다. 오랜 시간 제주도 주민들의 삶 속에서 전래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1980년 안사인 심방이 예능 보유자로 인정받으며 더 많은 사람에게 그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게 되었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산신을 모시는 제사와 영등을 모시는 제사가 ‘영등굿’이라는 하나의 무속 제례로 결합한 제주도만의 전통이다. 매년 음력 2월 1일이 되면 영등굿이 치러지는 마을의 칠머리당에서는 영등환영제로 영등신을 맞이한다. 마을 주민들은 영등신, 마을의 수호신, 용왕에게 제사를 드리며 풍요로운 한 해와 마을의 안녕을 기리고, 2월 14일, 영등송별제를 지내 여러 신을 무사히 돌려보내며 제례를 마무리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제주 사람들의 자연관과 민속신앙의 소산으로 전승되어온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독특한 해녀 신앙과 민속신앙의 결합을 보이는 국내 유일의 해녀 굿으로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현대화로 민속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발달하는 가운데에도, 제주도 사람들에게 “칠머리당 영등굿”은 매년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자연의 흐름과 함께했던 선조들의 삶을 잘 담아낸 의례이자 공동체 구성원들의 일체감과 유대감을 길러주는 중요한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빠르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제주도의 선조들은 이런 바람을 단순히 두려워하고 극복해야 할 존재가 아닌 풍부한 자원이라는 축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제주 사람들의 자연관은 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