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문화유산의 범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대하다. 문화유산이라는 용어는 주로 고대 건물이나 유적과 같은 과거의 물질적 잔해 또는 집단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유산이 무엇을 말하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가족의 혈통과 조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살아있는 유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과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민족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살아있는 문화유산의 매개체이며, 육체적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유형유산의 매개로서 육체를 이해할 때, 유형유산은 생기 넘치고 친근하며 모두에게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머리를 매만지는 방식과 화장, 옷, 장신구와 같은 문화의 휘장을 두르고, 유산에 의해 형성된 방식으로 육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문신은 이러한 표현 수단 가운데 하나다. 피부에 잉크로 문양을 새겨서 나를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는 물론 타인에게도 내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이 내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행을 통해 우리가 지각하고 느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유산이 형체를 띄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몸을 사용해온 것은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문신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산맥에서부터 몽골, 그린란드, 중국, 이집트, 멕시코, 러시아, 남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여러 고대 문화에서 문신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집단의 새로운 구성원, 부족장, 영적 숭배자, 충성심 강한 전사 또는 추방당한 범죄자의 문신과 같이 다양한 의미를 드러낼 수 있는 문신은 현대 사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닻이나 바이커 해골 모양의 문신, 인도 신부의 헤나, 트라이벌이나 한자 문신은 서양 대중문화에서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문신이 나타내는 다양한 의미와 맥락보다는, 피부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오랜 본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신 관행이 세계 어느 곳에서 발달했든 간에, 나는 과거 수많은 토착민족들이 육체적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특징짓고자 지워지지 않는 자기표현 기법을 개발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은 피부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한 것 같다. 불가분한 육체의 캔버스 위에 또렷이 그려 넣은 문신은 누군가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단순한 문양부터 우리가 누구인지 또는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문양까지, 고대부터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문신은 평생 그 사람의 표식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생’과 ‘영원히’는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문신은 영속성을 추구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피부의 잉크는 제거할 수 없을지 언정, 피부와 육체는 영원하지 않다. 유럽, 아시아, 미주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문신의 긴 역사를 증명하는 시신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보면 ‘되돌릴 수 없는’ 문신은 육체가 살아있을 때에만 지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결코 영원하지 않고, 몸이든 벽돌이든 유형의 것은 곧 무형이 된다. 실증은 동화가 되고, 사람은 신화가 된다. 물질로 구성된 육체는 영구하지 않고 유형의 유산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문화유산은 이러한 영속성과 일시성의 반복 속에 존재한다. 개개인과 집단은 과거의 산물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물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섬세하며 와해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문신은 수 세기 동안 원형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과거의 실체를 유지하고 살아있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며 문신에 깃든 이야기는 영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