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꿈꾸는 오래된 미래

무형유산 학교 교육 협력사업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해마다 5월이 되면 흩날리던 벚꽃이 지고 형형색색의 연등이 거리를 수놓는다. 종교, 국적, 인종, 나이와 상관없이 빛나는 연등을 볼 수 있다. 그 중 누군가는 연등에 가족에 대한 염원을 담고, 또 누군가는 인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화라는 삶의 양식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무형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무형문화유산은 우리의 일상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로 무형유산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기도 한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러한 무형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2003년 협약을 마련하였고, 특히 협약에서는 당사국이 교육을 통한 무형유산 보호 활동을 위해 노력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이하‘센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무형유산의 가치가 미래세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진행해온 ⌜무형유산 학교 교육 협력사업⌟을 통해 ▲국내 초·중등학교 교과과정을 분석하고, ▲유네스코방콕사무소와 협력하여 아태지역 700여개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무형유산 콘텐츠 활용 교육에 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는 등 무형유산이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미래세대에 무형유산의 가치를 전하고 동시에 지속 가능한 전승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무형유산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센터에서는 무형유산 자체에 관한 교육(Teaching about ICH)을 벗어나 무형유산을 활용한 교육(Teaching with ICH)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2020년에는 ▲무형유산 활용 교과목 통합과정을 위한 교사지침서를 개발, ▲이를 교육현장에서 적용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사 교육을 위한 전문가 훈련워크숍을 진행하였으며, 올해는 ▲실제 정규 교육과정에 무형유산을 활용한 시범수업을 앞두고 있다.

본 시범수업은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 6개국(캄보디아, 네팔, 태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약 20개 학교가 참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주 근영중학교, 서울 오산중학교, 광주 월곡초등학교, 용인 신갈초등학교가 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무형유산 활용을 통한 교과목 통합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6월 초 각 학교별 한 차례 공개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이번 시범수업의 경우 <교과목-무형유산-세계시민교육> 세 가지 기둥을 주축으로 하고 있으며, 각 학교에서는 무형유산을 활용한 교과목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세계시민성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교수-학습 계획안을 마련하였다.

예컨대 학생들이 김장문화의 나눔과 공동체 정신을 배우고, 남사당놀이패의 재담을 통해 사회 비판정신과 인권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미술 시간에 연등을 직접 만들며 색과 도형을 배우고, 연등에 소원을 적어 작게는 가족의 안녕을, 더 나아가 이웃과 인류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꿈꿀 수도 있다. 탈을 쓰고 사회를 비판하던 탈문화를 배우며 나에게 어울리는 탈을 직접 만들어 쓰고 학교 내 문제를 비판하는 대본을 스스로 써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무형유산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 무형유산 또한 공동체 맥락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할 수밖에 없다.

신라시대에 연등을 보며 소원을 빌던 문화가 현재 다양한 모양의 연등을 만들어 거리를 행진하는 축제로 변모한 것만 보아도 무형유산은 그 형태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형유산은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서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이것을 보호하고 전승해야 우리 사회가 다양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게 된다.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학생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다. 무형유산의 가치가 미래세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학생들에게 무형유산을 교육에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며, 센터는 앞으로도 가능한 더 많은 학생이 무형유산을 교육현장에서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무형유산 통합 교육 사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한편, 센터에서는 무형유산 활용 교육 사업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을 시행하고 있으며, 교사들에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용 지침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