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미틸라 회화

강렬한 색상, 동식물과 일상생활의 묘사, 신화 속 이야기는 미틸라(Mithila) 회화의 특징이다. 하지만 미틸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측면은 여성만이 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틸라에서는 빨래, 요리, 물 길어오기, 머리 빗기, 합창과 같은 여러 일상적 활동을 엿볼 수 있다. 미틸라 회화는 힌두 신과 여신, 동식물과 새가 등장하는 신화 속 사건들을 묘사하기도 한다.

‘미틸라’라는 명칭은 비데하 왕국으로도 알려진 미틸라 왕국에서 유래한다. 고대 비데하 왕국은 현재 인도 북부 비하르와 네팔 동부 테라이 지역에 걸쳐 있었다. 오늘날 네팔의 자낙푸르시(市)가 비데하 왕국의 수도로 여겨진다. 자낙(Janak)은 비데하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왕이었다. 그에게는 시타(Sita)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인도 아요다야의 람(Ram) 왕자와 결혼했다. 시타와 람은 힌두교 라마얀(Ramayan)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다. 둘의 결혼은 미틸라 회화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미틸라 지역의 주민들은 미틸(Mithil)이라고 불린다.

미틸라 회화의 시작은 소소했다. 미틸 여성들은 각자 흙집의 벽에 평범한 인물과 빨강, 노랑, 주황, 파랑, 검정 중심의 화려한 색을 칠하곤 했다. 물감은 지역 점토와 식물 뿌리, 꽃, 열매 등을 이용해 만들었다. 천연 원료로 그린 그림은 몇 달 버티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미틸라 회화는 생면화나 린트로 대나무 부목을 싸서 그렸다. 여성들은 계절별 축제에 따라 주기적으로 벽화를 바꾸었다. 벽화는 자연적으로 부식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작업을 필요로 한다. 소녀들은 어머니와 이웃, 노인들이 집을 꾸미는 것을 구경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기술을 배운다.

미틸라 회화는 결혼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부 집의 벽은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하는데, 풍요와 행운을 상징하는 물고기, 사랑을 상징하는 앵무새 등 각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벽화를 통해 여러 의례와 축제를 묘사하기도 한다. 현재 미틸라 회화는 미틸라 지역의 가옥과 마당의 경계를 넘어섰다. 여성들의 창의성과 감정, 일상생활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미틸라 회화는 이제 자낙푸르와 미틸라 전 지역의 정체성이 되었다.

1970년대 미틸라 회화에 네팔의 로크타(lokhta)(다프네 볼루아 나무의 섬유질 내피로 손수 제작한 종이)를 도입하면서 미틸라는 벽화에서 종이로, 이후 컵과 머그잔, 티셔츠로 영역을 넓혔고 지금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일상적인 회화일 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생계가 되었다. 컵과 머그잔, 접시, 박스, 가방 등 미틸라 회화로 화사하게 장식한 일상 용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미틸라 회화는 집 마당의 벽을 뛰어넘어 일상 용품에 스며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의 대상도 변화했다. 이제 미틸라 회화에서는 동식물과 사람 외에도 최근 코로나 팬데믹이나 삼림파괴와 같은 현대적 주제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미틸라 회화는 미틸라 지역을 벗어나 해외까지 알려졌지만, 전통적인 벽화는 줄어들고 있다. 시멘트 집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전통 벽화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틸라 지역에서는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시멘트 벽에도 미틸라 회화를 입히기 시작했다.